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168화 미리보기 (2024)

  •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168화 미리보기 (1)

    [168화] 네가 신을 증명할 차례야 (2)

    지금까지 작열하는 불 속에서 재물로 던져진 이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누구보다 많이 즐기지 않았던가.

    금방이라도 울상이 되어 눈물이 흐를 거 같았다.

    핏기가 사라진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만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도망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 한 명 한 명의 시선이 마치 바늘처럼 온몸을 찔러 왔다.

    그 순간, 부유감을 느꼈다.

    자포리자가 허리춤을 잡고 자신을 들어 올린 것이다.

    “잠깐, 잠깐! 살려 줘! 불에 던지지 마, 던지지 말라고! 이 미친놈아! 불에 던지고 안 탄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건 살인이라고, 살인! 네놈이 가우스 교의 사제를 죽이는 거라고. 그러니 당장 나를 내려놔!”

    루터 수석 사제는 미친 듯이 버둥거리며 몸부림쳤다.

    그럴수록 자포리자는 허리춤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루터 수석 사제의 의지를 간단히 꺾어 버렸다.

    그토록 원하던 수석 사제가 되었다.

    지금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뻤다.

    이제 자신의 앞길에 꽃길이 펼쳐져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기쁨이 컸던 만큼 그 절망이 골도 훨씬 더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저 불에 가우스 신은 없습니다. 불꽃이 튀는 건 단순한 속임수였어요.”

    그는 소매 속 인을 꺼내어 자포리자에게 보여 주었다.

    “오줌을 끓이면 나오는 하얀 가루를 불에 던지면 불꽃에 생깁니다. 신이 강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 주세요! 저를 여기에 던지면 전 죽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루터 수석 사제는 자신과 가우스 교를 부정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가우스 교를 부정하는 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눈물을 흘리며 바지에 오줌을 싸고, 애원하며 자포리자에게 빌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도 추했다.

    다른 사람을 제물로 받칠 때의 서릿발 같은 위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믿음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리고 자포리자는 미련 없이 그를 불 속에 던져 버렸다.

    시뻘겋게 타오른 불은 그를 단숨에 삼켜 버렸다.

    귀를 찢는 듯한 무시무시한 비명과 함께 그는 녹아내렸다.

    소매 속에 숨겨 둔 인이 불과 반응하며 수많은 불꽃이 피어났다.

    그의 비명이 아니었으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놈은 가우스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라. 가우스 신을 증명해 줄 이들은 이곳에 많다.”

    자포리자의 말뜻을 이해한 사제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몇몇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도 주저앉았다.

    루터 수석 사제를 죽음으로 이 일이 마무리되기를 그토록 빌었으나, 자포리자의 단호한 말에 그 희망이 유리가 깨지듯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사제들을 모두 불에 집어넣어라. 이 자리에서 진정 가우스 신을 믿는 사제들을 가려내겠다.”

    자포리자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기사들은 곧바로 자신이 잡고 있던 사제들을 끌고 제단 위로 올라갔다.

    “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스탄다비아에서 철수하겠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제가 죽으면 우리 식구도 모두 굶어 죽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도 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단지 루터가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습니다. 저놈들처럼 악랄하게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루터 수석 사제의 끔찍한 죽음을 본 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빌었다.

    그러나 사제 중 한 남자만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자포리자를 노려봤다.

    루터 수석 사제의 심복인 베니티 사제였다.

    그는 아무리 빌어도 자신들을 살려 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우리를 죽이고 네놈은 살 수 있을 거 같으냐? 가우스 교의 성군이 너를 처참하게 찢어 죽일 것이다. 아니, 베르아스 왕국의 모든 종교가 스탄다비아를 지도상에서 지워 버릴 것이다!”

    “과연 네놈이 신을 믿는 사제가 맞느냐? 신을 믿는 사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독사의 독보다 더 지독하구나. 여봐라, 이놈부터 잘난 가우스 신에게 보내 주어라. 과연 네놈이 죽어 가면서도 큰소리를 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자포리자의 명에 기사가 베니티 사제를 끌고 제단으로 올라갔다.

    제단 위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의 열기가 그대로 베니티 사제에게 전해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익어 버릴 것 같았다.

    기사가 그의 몸을 불 쪽으로 밀어붙였다.

    불에 가까워질수록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고, 조금 전의 악독했던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베니티 사제의 의지는 순식간에 꺾여 버렸다.

    그는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눈을 크게 뜨면서 흰자위를 내비쳤다.

    “잠깐만, 잠깐만. 내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내가 대주교에게 잘 말해서 스탄다비아에 아무런 피해가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약속하지. 내가 가우스 신의 이름으로 약속한다고!”

    감히 자포리자에게 대든 모습에 화가 난 기사는 일부러 그를 천천히 불 쪽으로 밀어 넣었다.

    베니티 사제의 소매에 일렁이는 불이 옮겨 붙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소매에 붙은 불을 끄며 크게 소리 질렀다.

    “아아아아악!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난 장차 봉건 사제로 올라갈 몸이라고.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랑 엄연히 다르다고! 이거 놓아라. 놓아 달란 말이다!”

    기사는 그의 울부짖음이 더는 듣기 싫었는지 발로 그의 허리를 밀어 찼다.

    기사의 발길질에 밀린 베니티 사제는 불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어, 어, 어……”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그는 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엄청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사제들이 한 명씩 불 속에 던져졌다.

    그리고 가우스 신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구해 주지 않았다.

    인간이 타는 고약한 냄새가 사람들의 코를 파고들었다.

    “우웩, 우웩!”

    일부 사람들은 버티지 못하고 구토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은 종교에 취하고, 케나베스에 취해 자포리자의 진정한 힘을 잊고 있었다.

    죽어 가는 사제들을 보자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케나베스가 아무리 이성을 마비시켜도 이 광경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짓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성으로 몰려가 온갖 행패를 부리고 당연하다는 듯 농작물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감사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눈에 뭐가 씌었는지 겁나는 게 없었다.

    자신들은 자포리자의 영지민이 아니었다.

    가우스 교의 신도일 뿐이었다.

    자포리자의 말을 거역하고 이들을 믿은 게 후회가 되었다.

    이들이 주는 쾌락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고 행동한 것을 뉘우쳤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 순간, 병사들이 들이닥쳐 이들을 에워쌌다.

    “이들은 모두 추방한다. 케나베스를 핀 모든 이를 스탄다비아에서 추방하라.”

    자포리자의 지엄한 명이 떨어졌다.

    그들은 마치 벼락에 맞은 듯한 끔찍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충!”

    자포리자의 명령에 병사에 지체 없이 사람들을 포박했다.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지에서 쫓겨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유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한지 알고 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영주님! 살려 주십시오! 이놈이 눈이 멀어 큰 죄를 지었습니다!”

    누군가가 머리를 조아리고 빌었다.

    그의 목소리가 도화선이 되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꿇어앉아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영주님, 잘못했습니다!”

    “엉엉엉엉!”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여기서 쫓겨나면 죽고 말 것입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다시는 케나베스를 피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빌었지만, 자포리자의 싸늘한 태도는 변함없었다.

    결국 스탄다비아에서 가우스 교와 관계된 영지민들은 영지 밖으로 모두 쫓겨났다.

    유랑민이 되어 온갖 고생을 하며 그들은 자포리자의 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뼛속 깊이 후회했다.

    “영주님, 속은 시원하긴 한데,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종교를 부정하지 않고 그들이 한 말을 시험해 봤다고 말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겁니다.”

    카스만 재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쪽도 명분을 만들었으니 곧바로 쳐들어오지는 못할 겁니다. 오늘 일은 순식간에 베르아스 왕국 전체로 퍼져 나갈 겁니다. 그럼 당장은 가우스 교도 그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할 겁니다. 자신들의 교리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든지, 아니면 사람들을 현혹할 또 다른 교묘한 교리를 만들어 내부부터 단속해야 할 터라 아마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 내다보시고 오늘을 기다리신 겁니까? 대단하십니다. 이제 늙은 저는 이만 은퇴해야 할 듯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번에도 카스만 경이 말려 주시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저를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사태로 스탄다비아에 종교라는 거대한 적이 생겨 버렸다.

    샤벨 타이거, 프라인, 아드리온, 그리고 베르아스의 모든 종교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하지만 자포리자는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베르아스 왕국의 종교가 두려워 이대로 외면했다면, 싸워 보지도 못한 채 내부가 곪아 스탄다비아는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최소한 싸울 수 있는 기회라도 잡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종교라는 거대한 폭풍은 스탄다비아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다.

    복수에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 이웃으로 지내던 이가 쫓겨나는 모습에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들이 지은 죄가 너무도 확실했기에 동요는 빠른 시일 내에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샤벨 타이거로 스탄다비아의 경제가 힘든 와중에 가우스 교의 문제까지 터지자, 영지민의 사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무언가 분위기를 띄울 것이 필요했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궁지에 몰린 스탄다비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이건 임시 처방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임시 처방으로 지급해야 하는 대가도 매우 컸다.

    베르아스 왕국의 모든 종교의 적이 되어 버렸으니까.

    자포리자는 의자에 몸을 의지한 채 힘없이 앉아 있었다.

    집무실의 분위기는 주인과 같이 거무죽죽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자포리자는 가끔씩 미간이 찡그리며 아무런 미동도 없이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영주님, 밤이 늦었습니다. 이러다가 몸이라도 해칠까 봐 걱정됩니다.”

    보다 못한 집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알았으니 이만 나가 보게.”

    “네, 영주님.”

    집사가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자포리자는 아직 생각할 것이 많은지 책상에 팔꿈치를 얹고는 두 손으로 턱을 괴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의 어두워진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벌떡!

    그러던 중 자포리자가 무언가에 크게 놀란 듯 억눌러진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의자에서 빠르게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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